뉴스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말이 나와도, 그날 내 통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해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과 은행 사이의 금리니까요. 그런데 몇 주, 몇 달이 지나면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가 슬그머니 달라져 있어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번 화에서 끝까지 따라가 볼게요.
지금 기준금리는 연 2.75%예요
2026년 8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75%예요. 숫자만 보면 심심한데, 여기까지 온 길을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요.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어요. 3.50%에서 2.50%까지, 총 1.00%포인트를 덜어냈죠. 그리고 2.50%에서 꽤 오랫동안 멈춰 있었어요. 내리지도, 올리지도 않는 시간이 계속됐어요.
그러다 2026년 7월 16일, 방향이 바뀌었어요.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린 거예요. 내려오기만 하던 금리가 처음으로 위를 향한 순간이었죠.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에 열려요.
경기만 보면 더 내렸어야 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것들이 반대편에서 끌어당겼죠. 우리 돈과 달러를 바꾸는 비율(환율)이 불안했고, 집값이 다시 들썩였고, 미국이 금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도 불확실했어요. 금리를 낮게 두면 이 셋이 다 나빠지는 쪽으로 움직여서, 결국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 옮긴 거예요.
7화에서 물가와 경기라는 두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고 했죠. 지금이 바로 여러 목표가 서로 부딪히는 국면이에요.
기준금리는 수도꼭지, 내 통장은 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건 수도꼭지를 여닫는 것과 비슷해요.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곧장 컵에 떨어지지는 않죠. 수도관을 타고, 배관을 지나서, 마지막에 우리 집 꼭지에서 나와요. 금리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에 바뀌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흘러와요.
기준금리를 내릴 때를 기준으로 보면 이런 순서예요.
1단계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요.
2단계 : 은행끼리 돈을 빌리는 금리가 내려가요. 은행들도 자기들끼리 돈을 주고받거든요. 한국은행에서 싸게 빌릴 수 있으니 은행 간 거래 금리도 따라 내려가요.
3단계 : 은행이 돈을 모으는 비용이 줄어요. 은행은 우리한테 예금을 받거나, 나중에 갚겠다는 증서를 팔아서 돈을 모으는데, 시장 전체 금리가 내려갔으니 이 비용도 줄어드는 거예요.
4단계 : 비용이 줄었으니 우리한테 주는 예금 이자를 줄이고, 우리한테 받는 대출 이자도 낮춰요.
한 줄로 정리하면 이래요 : 기준금리 ↓ → 은행끼리 금리 ↓ → 은행이 돈 모으는 비용 ↓ → 내 예금·대출 금리 ↓
기준금리를 올릴 때는 같은 배관을 반대 방향으로 흘러요. 화살표가 전부 ↑로 바뀌는 거예요.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간 국면에서는 은행이 돈을 모으는 비용이 커지고, 그게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함께 밀어 올려요.
그런데 똑같이, 동시에 움직이진 않아요
여기서 짚고 넘어갈 현실이 하나 있어요. 기준금리가 움직였다고 해서 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똑같이, 동시에 움직이지는 않아요.
실제로는 이런 패턴이 자주 나타나요.
기준금리가 오를 때 :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르는데,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라요.
기준금리가 내릴 때 : 예금 금리는 빠르게 내리는데,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려요.
4화에서 한 번 스쳐 지나갔던 금리 비대칭이에요. 방향은 같은데 속도가 다른 거죠.
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유가 보여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은행 입장에서 계산해보면 답이 나와요. 대출 금리를 빨리 올리면 이자 수입이 늘어나고, 예금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 이자 지출을 아낄 수 있어요.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릴 때는 예금 금리를 빨리 내려 비용을 줄이고,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려 수입을 유지하려 해요. 어느 방향이든 은행에 유리한 쪽이 먼저 움직이는 셈이에요.
은행 측에서는 대출이 부실해질 위험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해요. 반면 이 현상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와요.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은행의 금리 조정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기준금리는 올랐는데 예금 금리는 그대로" 같은 기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기준금리는 출발점일 뿐이고, 최종적으로 내 금리가 얼마가 되는지는 은행의 판단에 달린 부분도 크다는 뜻이에요.
미국 연준은 왜 여기까지 끼어들까요
그리고 이 판단에는 한국 사정만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어디로 가는지도 늘 함께 봐요.
이유는 이래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더 높은 이자를 찾아 한국에서 돈을 빼서 미국으로 옮겨요. 그러면 한국에서 달러가 빠져나가요. 달러를 찾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달러가 귀해지니 달러 값이 올라가죠. 우리가 외국에서 사 오는 기름이나 밀가루는 달러로 값을 치르니, 그만큼 수입 물가가 오르고요. 내 금리 이야기가 어느새 마트 물가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쉽게 내리기 어렵고, 미국이 내리면 한국도 내릴 여지가 생겨요. 물론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 상황에 맞게 독자적으로 결정해요. 다만 글로벌 자금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죠. 오랜 동결과 이번 인상의 배경에도 이런 대외 요인이 함께 자리 잡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수도꼭지에서 내 컵까지의 거리는 지금 숫자로 이렇게 찍혀 있어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75%인데,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은 연 2.9~3.2%,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은 연 3.4~3.6% 수준이에요. 기준금리 위로 시중은행은 0.5%포인트 안쪽, 저축은행은 0.7%포인트 안팎 올라앉은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오늘 본 금리 비대칭이 지금 이 숫자들 안에 그대로 들어 있는 거예요. 그러니 뉴스의 기준금리와 내 통장의 금리가 어긋나 보여도 누가 계산을 틀린 게 아니라, 물이 아직 배관 어딘가를 지나는 중인 거예요.
대출이 있다면 오늘 확인할 건 두 가지예요 : 내 금리가 만기까지 그대로인지 중간에 바뀌는지, 그리고 바뀐다면 언제 바뀌는지. (이 둘의 차이는 10화에서 자세히 볼게요.) 변동금리라면 은행이 돈을 모으는 비용이 바뀔 때마다 그 변화가 시차를 두고 내 이자에 옮겨붙어요. 이 두 가지만 알아도 앞으로 몇 달의 지출이 훨씬 또렷해져요.
예금 쪽은 반대로 느긋하게 봐도 돼요. 만기가 다가온다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에 벌어진 금리 폭을 한 번 비교해보세요. 같은 1년을 맡겨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붙는 이자가 달라지고, 그 차이는 기준금리가 한 번 움직이는 폭보다 클 수도 있어요.
다음 화에서는 드디어 대출로 들어가요. 같은 돈을 같은 금리로 빌려도 갚는 방식에 따라 총이자가 크게 달라지거든요. 네 가지 방식이 각각 무엇이 다르고 어떤 상황에 어울리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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