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모든 금리의 출발점

기준금리, 모든 금리의 출발점

모든 금리의 출발점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요?

SeriesFeb 15, 20267 minutes

통장에 찍힌 예금 금리 연 3%. 이 숫자는 대체 누가 정한 걸까요. 은행이 마음대로 붙이는 가격표라면 왜 어느 은행을 가도 비슷한 범위 안에 있을까요. 뉴스에 나오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 통장 이자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출발점부터 따라가 볼게요.

금리는 한 종류가 아니에요

6화에서 금리는 "이자를 정하는 비율", 쉽게 말해 이자의 가격표라고 했어요. 예금 금리가 연 3%라고 하면 1년을 맡겼을 때 원금의 3%만큼 이자를 준다는 뜻이죠.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금리는 사실 하나가 아니에요. 은행에 돈을 맡길 때 받는 예금 금리, 대출을 받을 때 내는 대출 금리, 뉴스 첫머리에 나오는 기준금리, 국가가 돈을 빌릴 때 붙는 국채 금리까지 종류가 꽤 많아요.

이 금리들은 서로 다른 숫자예요. 하지만 따로 노는 건 아니에요. 하나가 움직이면 나머지도 시차를 두고 따라 움직여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가깝죠.

그리고 이 톱니바퀴에는 가장 먼저 도는 바퀴가 있어요. 그게 바로 기준금리예요.

기준금리는 '은행의 은행'이 정해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금리예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과 돈을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금리예요.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듯이 시중 은행도 한국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려요.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같은 곳도 하루 동안 남는 돈이 생기면 한국은행에 맡기고, 반대로 돈이 모자라면 한국은행에서 빌리거든요. 이때 붙는 금리가 기준금리예요.

구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래요.

  • 우리 → 시중 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림 → 예금 금리, 대출 금리 적용

  • 시중 은행 → 한국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림 → 기준금리 적용

우리에게 곧바로 적용되는 숫자는 아니지만, 시중 은행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정할 때의 출발점이 되는 거예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 오는 비용이 비싸져요. 그러면 은행은 대출 금리를 올려 그 비용을 넘기고, 한편으로는 비싼 한국은행 대신 예금으로 돈을 모으려고 예금 금리도 올려요. 4화에서 말한 것처럼 두 금리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지만요. 자세한 경로는 다음 화에서 볼게요.

결정하는 사람은 7명이에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총재 혼자 정하지 않아요. 금융통화위원회라는, 7명으로 구성된 회의체가 결정해요.

7명은 이렇게 채워져요.

  • 한국은행 총재 (의장)

  • 한국은행 부총재 (당연직)

  • 5명의 위원 :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해요

모두 금융과 경제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에요. 이 7명이 모여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그대로 둘지를 투표로 정해요.

회의는 이렇게 열려요

금융통화위원회는 1년에 8번 기준금리를 정하는 회의를 열어요. 대략 6주에 한 번꼴이에요.

회의 전날에는 동향보고회의가 있어요. 한국은행의 각 부서가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해 보고하고, 위원들이 그 자료를 놓고 토론해요.

본회의는 보통 오전 9시에 시작돼요. 위원들이 경제 데이터를 근거로 의견을 주고받은 뒤 기준금리를 확정해요. 5명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돼요.

회의가 끝나면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정 배경을 설명해요. 그리고 2주 뒤에는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담긴 의사록이 공개돼요. 그래서 시장은 결과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위원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몇 개나 있었는지까지 들여다봐요.

그렇다면 이 7명은 대체 무엇을 보고 올릴지 내릴지를 판단할까요?

올릴 때와 내릴 때

기준금리를 정할 때 가장 무겁게 보는 건 두 가지예요. 물가경기죠. 경기는 나라 전체의 살림 형편을 말해요.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회사가 잘 돌아가면 경기가 좋고, 그 반대면 경기가 나쁜 거예요.

먼저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를 때는 금리를 올려요. 물가가 오른다는 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에요. 1,000원이던 커피가 1,200원이 되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어든 거잖아요.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 금리가 따라 올라요. 그러면 사람과 기업이 돈을 덜 빌리고, 덜 쓰게 돼요.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니 물가를 밀어 올리는 힘도 약해져요. 동시에 예금 금리가 올라가니 소비보다 저축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어요.

반대로 경기가 너무 나쁠 때는 금리를 내려요. 경기가 가라앉으면 기업은 투자를 접고 사람들은 지갑을 닫아요. 이때 기준금리를 낮추면 기업은 더 싼값에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고, 대출을 안고 있는 사람들도 이자 부담이 줄어 소비를 늘려요. 경제에 돈이 다시 돌기 시작하는 거예요.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 물가를 잡아야 할 때 → 기준금리 인상, 돈을 덜 돌게

  • 경기를 살려야 할 때 → 기준금리 인하, 돈을 더 돌게

목표는 왜 0%가 아니라 2%일까

둘 중에서도 한국은행이 가장 앞에 두는 목표는 물가안정이에요.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죠. 안 오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왜 0%가 아닐까요?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도 경제에는 좋지 않아요. 물건값이 계속 내려가면 사람들은 "조금 더 기다리면 싸질 텐데" 하며 소비를 미뤄요.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이 줄고, 매출이 줄면 고용이 줄고, 그러면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져요. 이게 디플레이션이에요.

그래서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는 상태, 즉 연 2% 정도의 상승이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는 조건이라고 보는 거예요.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중앙은행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목표를 두고 있어요.

다만 물가와 경기, 이 두 목표는 가끔 정면으로 부딪혀요.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까지 나쁜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이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죽고, 내리면 물가가 더 뛰니까 어느 쪽으로도 마음 편히 갈 수 없어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늘 명쾌하지만은 않은 이유예요.

그래서 지금은?

2026년 8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75%예요. 7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50%이던 금리를 0.25%p 올린 결과고요. 이번 화에서 본 톱니바퀴의 첫 번째 톱니가 지금 이 자리에 놓여 있다는 뜻이에요.

숫자만큼 중요한 건 방향이에요. 올렸다는 건 7명의 위원이 경기보다 물가 쪽에 무게를 뒀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어요. 물가 상승률을 목표인 연 2% 근처로 되돌리려면 시중에 도는 돈을 조금 줄여야 하니까요. 경기 쪽이 더 급하다고 봤다면 결정은 동결이나 인하로 갔겠죠.

기준금리는 내 통장에 직접 찍히는 숫자가 아니에요. 한국은행과 시중 은행 사이의 금리니까요. 그래도 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출발하는 자리가 한 칸 올라간 거라, 앞으로 새로 드는 예금이나 새로 받는 대출의 조건은 이 2.75%를 기준선 삼아 다시 매겨져요.

다음 회의는 8월 27일이에요. 1년에 여덟 번뿐인 결정일 중 하나죠. 그날 뉴스를 볼 때 올랐는지 내렸는지만 보지 말고, 총재가 물가 이야기를 더 하는지 경기 이야기를 더 하는지도 들어보세요. 그게 다음 결정의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힌트예요.

다음 화에서는 이 기준금리가 어떤 경로로 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까지 흘러오는지, 그리고 미국 금리는 왜 우리 통장까지 흔드는지를 이어서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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