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잘 따라왔으면, 이제 함정을 봐야 해요
여기까지 오면서 보험의 원리부터 상품 읽는 법, 실손과 진단금, 저축성 보험까지 봤어요.
그런데 보험은 파는 쪽과 사는 쪽이 아는 양이 크게 달라요. 파는 사람은 매일 다루고, 드는 사람은 평생에 몇 번 접하거든요. 이 차이에서 함정이 생겨요.
다행히 대부분 미리 알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여섯 개를 순서대로 볼게요.
함정 1️⃣ : 특약을 잔뜩 붙이는 것
첫 번째는 상담 자리에서 바로 벌어지는 일이에요. 4화에서 본 것처럼 보험은 주계약에 특약을 붙이는 구조인데, 이 특약이 문제예요.
제안서를 받아보면 특약이 줄줄이 붙어 있어요. 골절 진단금, 화상 진단금, 수술비, 입원비, 통원비… 하나하나 보면 다 있으면 좋을 것 같죠.
그런데 특약 하나하나에 보험료가 붙어요. 특약 10개면 보험료가 두세 배로 뛰기도 해요. 정작 주계약(암 진단금 3,000만 원 같은)의 보험료는 3만 원인데, 특약까지 합쳐서 월 10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흔해요.
그러니 특약마다 물어보세요. 이게 없으면 내 생활이 무너지나. 골절 진단금 50만 원이 없다고 무너지지는 않아요. 암 진단금 3,000만 원은 다르고요. 1화의 기준을 여기에 그대로 대면 돼요.
그렇게 골라 붙였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 보험료가 20년 뒤에도 같을지가 다음 문제예요.
함정 2️⃣ : 갱신형 보험료 폭탄
4화에서 갱신형과 비갱신형을 갈랐죠. 갱신형은 정해진 주기마다 보험료를 다시 계산하는 쪽이었어요.
갱신형은 처음에 보험료가 싸요. 그래서 가입할 때는 "이 정도면 괜찮네" 싶어요. 문제는 10년, 20년 뒤예요. 갱신될 때마다 그 나이의 위험률로 다시 계산하니까,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급격하게 올라요.
30대에 월 2만 원이던 갱신형 특약이, 50대에 갱신되면 월 8만 원, 60대에는 15만 원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보장은 필요한데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해지하게 돼요. 정작 보험이 가장 필요한 나이에 보험을 잃는 거예요.
실손보험처럼 갱신형으로만 나오는 상품도 있어요. 하지만 진단금처럼 고를 수 있는 상품이라면, 지금 조금 더 내더라도 비갱신형 쪽이 20년을 놓고 봤을 때 총액이 적은 경우가 많아요.
보험료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보험료를 돌려준다는 말도 짚고 가야 해요.
함정 3️⃣ : "다 돌려받는다"는 말
9화에서 저금통을 열어봤던 그 이야기예요.
"이 보험은 안 쓰면 다 돌려드려요."
그런데 사업비를 빼고 남은 돈에만 이자가 붙는 구조라, 몇 년 안에 해지하면 낸 돈보다 훨씬 적게 돌아와요. 10년쯤 지나야 원금 근처에 닿고, 20년을 채워도 연 1~2%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 "돌려받는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낸 돈 대비 얼마가 돌아오는지를 숫자로 봐야 해요. 상담 때 받는 설계서에 예상 환급률이 연도별로 적혀 있어요.
그런데 그 설계서를 만들어주는 사람도 한 번 볼 필요가 있어요.
함정 4️⃣ : 설계사의 말만 믿는 가입
설계사는 보험을 잘 아는 사람이에요. 동시에 팔아야 수당을 받는 사람이기도 해요.
좋은 설계사도 많아요. 다만 구조상 보험료가 큰 상품을 팔수록, 특약을 많이 붙일수록 수당이 커져요. 9화에서 본 저축성 보험 수당이 더 높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고요.
그러니 제안은 받되 네 가지는 직접 물어보세요. 주계약이 뭔지, 특약이 몇 개인지,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예상 환급률이 얼마인지. 앞의 셋은 4화, 환급률은 9화에서 본 것들이에요.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반대쪽 함정에도 빠져요. 다 챙기려는 마음이요.
함정 5️⃣ : 보험을 한꺼번에 다 들려는 것
여기까지 배운 걸 다 채우려 들면 보험료가 월 20~30만 원을 훌쩍 넘어요.
보험은 생활을 지키려고 드는 건데, 보험료에 생활이 눌리면 앞뒤가 바뀐 거죠.
그래서 순서가 필요해요. 순서를 정하는 기준은 상황이에요. 병원비 부담이 걱정이면 실손이 먼저고, 내가 벌어야 굴러가는 살림이면 진단금이 먼저예요. 차가 없으면 운전자보험은 나중이고, 내 소득에 기대는 가족이 없으면 사망 보장도 급하지 않아요.
한꺼번에가 아니라 순서대로 채워가면 돼요.
반대로, 이미 들어둔 걸 성급히 정리하는 것도 함정이에요.
함정 6️⃣ : 오래된 보험을 무조건 해지하는 것
"옛날에 든 보험인데 별로인 것 같아서 해지했어요."
이게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예요. 6화에서 봤듯이 1~2세대 실손보험은 지금 다시 가입할 수 없어요. 보장 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적은, 지금은 사라진 상품이에요. 한번 해지하면 돌아갈 수 없어요.
오래된 보험은 해지 전에 반드시 보장 내용을 확인하세요. 지금 새로 가입하면 같은 조건을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해요. 오래된 보험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못 만드는 좋은 조건일 수 있어요.
이번 화 정리
- 특약 과다 = 필요한 특약도 있지만 다 붙이면 보험료가 몇 배. 큰 리스크부터 고를 것
- 갱신형 폭탄 = 처음엔 싸지만 나이 들수록 급등. 비갱신형 선택지를 확인할 것
- "다 돌려받는다" = 사업비를 뺀 뒤 돌려주는 돈. 설계서의 예상 환급률을 숫자로 볼 것
- 설계사 의존 = 이해관계가 있는 전문가.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
- 한꺼번에 다 들기 = 보험료에 생활이 눌리면 본말전도. 우선순위를 정할 것
- 오래된 보험 무조건 해지 = 1~2세대 실손 등 다시 가입 불가능한 상품 주의
함정까지 알았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예요. 다음 화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걸 들고 내 보험을 직접 펼쳐볼게요.
보험과 리스크
보험의 구조와 리스크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