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금리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김밥값 500원이 오르면 왜 내 대출 이자가 움직일까요?

SeriesFeb 18, 20268 minutes

늘 4,500원 하던 김밥 한 줄이 5,000원이 되는 순간, 대부분은 "또 올랐네" 하고 지나가요. 그런데 그 500원과,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와, 뉴스에 나오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사실 같은 이야기의 앞부분과 뒷부분이에요. 지금까지 열한 번에 걸쳐 하나씩 봐온 이자, 은행, 예금, 대출, 신용점수가 드디어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는 곳이 여기예요. 그 고리의 이름이 인플레이션이에요.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돈이 작아지는 거예요

7화에서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는 것, 다시 말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현상이죠. 시선을 물건이 아니라 내 지갑 쪽으로 돌리면 훨씬 잘 보여요.

김밥 한 줄이 4,500원에서 5,000원이 되었다고 해볼게요. 김밥이 더 커지거나 재료가 좋아진 게 아니에요. 내 지갑 속 5,000원은 그대로인데, 그 5,000원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든 거예요. 물건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의 값이 떨어진 것, 이게 인플레이션의 본질이에요.

'돈의 역사' 2화에서 왕이 동전의 은을 슬쩍 덜어내고 구리를 섞어 더 많은 동전을 찍어냈던 이야기를 했었죠. 시중에 돈이 많아지자 물가가 올랐어요. 돈이 흔해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값은 오른다는 원리는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달라진 건 동전을 깎는 왕 대신, 금리를 움직이는 중앙은행이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중앙은행이 나서기 전에, 물가가 왜 오르는지부터 봐야 해요.

물가가 오르는 길은 두 갈래예요

물가가 오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어요. 원인이 다르면 체감되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요.

  •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 경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돈을 많이 써요. 물건은 한정돼 있는데 사려는 사람은 많으니 값이 올라가요. 한마디로 "사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싸지는 것"이에요.

  •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올라가면, 물건을 만드는 비용 자체가 올라요. 기업은 그 비용을 가격에 얹으니 물가가 올라가요. "만드는 게 비싸져서 비싸지는 것"이에요.

두 번째가 무서운 건 파급력이에요. 국제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기름값만 오르는 게 아니에요. 운송비가 오르고, 제조비가 오르고, 그 물건을 실어 나르는 모든 단계의 비용이 올라가요. 그래서 기름 한 방울 안 쓰는 물건의 가격까지 따라 올라가는 일이 생겨요.

원인이 어느 쪽이든 나에게 도착하는 결과는 같아요. 내가 가진 돈의 값이 떨어져요. 그래서 물가가 계속 오르면 누군가는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해요.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오르는 이유

그 브레이크가 바로 기준금리예요. 7화에서 봤듯이, 물가가 너무 오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요.

왜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힐까요.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가 비싸져요. 그러면 사람들이 돈을 덜 빌리고, 덜 써요. 동시에 예금 이자는 올라가니까 지금 쓰기보다 통장에 넣어두기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요. 그렇게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고, 사려는 사람이 줄면서 물가를 밀어 올리던 힘이 약해져요.

한 줄로 이으면 이래요. 인플레이션 → 기준금리 인상 → 대출 금리 상승 → 소비와 투자 감소 → 물가 안정. 이게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는 기본 메커니즘이에요.

반대로 말하면, 금리는 물가를 겨냥해 밟는 브레이크지만 그 브레이크는 경제 전체에 걸려 있어요. 물가만 골라서 세울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금리가 오르면 내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8화에서 본 전달 경로를 따라 내려가 보면, 기준금리 한 번의 움직임이 각자 다른 얼굴로 도착해요.

  • 대출이 있는 사람 : 변동금리 대출이라면 금리가 오를 때마다 매달 내는 이자가 늘어나요. 월 상환액이 10만 원, 20만 원씩 올라갈 수 있어요. 수억 원짜리 주택담보대출을 지고 있다면 체감은 훨씬 커요.

  • 예금이 있는 사람 : 저축해 둔 돈에 붙는 이자가 늘어요. 다만 8화에서 본 금리 비대칭 때문에, 대출 금리가 오르는 속도만큼 예금 금리가 빠르게 따라오지는 않아요.

  • 집을 사려는 사람 : 대출 부담이 커지니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요. 수요가 줄면 집값 상승세가 둔해지거나 떨어질 수 있어요.

  • 기업 :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비용이 올라가요. 투자를 미루고, 사람을 덜 뽑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정리하면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경제 전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세트로 따라와요.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계와, 투자를 접은 기업과, 일자리가 줄어든 사람이 같은 정책의 뒷면에 있어요.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경기가 나쁠 때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요. 이번엔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이에요.

기준금리 인하 → 대출 금리 하락 → 소비와 투자 증가 → 경기 회복. 이자 부담이 줄어드니 사람들이 돈을 더 빌리고 더 쓰고, 기업은 미뤄둔 투자를 다시 꺼내요. 멈춰 있던 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해요.

대신 이쪽에도 대가가 따라와요.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과열될 수 있어요. 액셀을 오래 밟으면 결국 처음의 그 문제로 돌아오는 셈이에요.

그래서 7화에서 말했던 것처럼 한국은행은 늘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해요. 이 균형이 무너지면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나쁜 상황,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어요. 브레이크를 밟아도 물가가 안 잡히고, 액셀을 밟자니 물가가 더 오르는 가장 곤란한 자리예요.

이 모든 게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요

여기까지 오면 1화부터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한 줄로 꿰어져요.

돈에는 시간의 가치가 있다(이자) → 은행이 예금과 대출로 그 가치를 중개한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로 돈의 흐름을 조절한다 → 기준금리가 내 예금과 대출 금리로 내려온다 → 대출은 상환 방식과 금리 유형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 신용점수에 따라 같은 대출도 금리가 달라진다 →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 인플레이션이 있다.

그리고 이 줄의 끝은 다시 처음으로 이어져요.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기니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의 기본 구조가 이 동그라미예요.

다만 교과서가 설명해 주는 건 여기까지예요. 현실은 여기서 한 겹 더 복잡해져요.

그래서 지금은?

장을 보다가 계산대에서 어? 하는 순간이 있죠. 그 순간이 금리 이야기의 진짜 출발점이에요. 물가가 오른다는 건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었다는 뜻이고, 그때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요. 물가가 움직이면 금리가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반대로 금리가 먼저 움직여 물가를 흔들기도 하니, 둘은 서로를 밀고 당기는 관계고요.

한국은행이 지키겠다고 내건 물가 목표는 연 2%예요. 지금의 기준금리 연 2.75%도 그 목표를 두고 저울질한 끝에 나온 숫자죠. 뉴스에 뜨는 금리는 원인이 아니라, 물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 셈이죠.

다만 물가 하나만 보고 정해지지는 않아요. 환율이 흔들릴 때, 집값이 과열될 때, 미국의 정책이 어디로 갈지 모를 때, 그 고민들이 함께 회의 탁자에 올라와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 이게 현실 경제예요. 물가가 좀 잡혔는데도 금리가 바로 내려오지 않는 일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내 지갑에서는 숫자를 두 개 겹쳐 봐야 해요.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이 연 2.9~3.2%, 저축은행이 연 3.4~3.6%인데, 여기서 그동안 오른 물가만큼을 빼고 남는 것이 실제로 늘어난 구매력이에요. 이자가 물가 상승분보다 작으면 잔액은 늘었는데 살 수 있는 건 줄어든 상태가 돼요. 반대로 변동금리로 빌린 쪽에서는 물가를 잡으려는 그 결정이 곧장 상환액으로 도착하고요. 같은 물가 뉴스 하나가 통장의 어느 쪽에 닿는지는, 내가 지금 돈을 맡긴 쪽인지 빌린 쪽인지에 달려 있어요.

다음 화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에요. 왜 저축만으로는 집을 사기 어려운지를 이야기하고, 다음 시리즈 '증권과 투자'에서 무엇을 다룰지 살짝 엿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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