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은행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내 통장에 붙는 이자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SeriesFeb 15, 20268 minutes

통장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가 붙어요.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고요.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겠지만, 곰곰이 보면 이상한 일이에요. 은행은 자선단체가 아닌데, 왜 남의 돈을 맡아주면서 오히려 돈을 얹어줄까요? 그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어려운 말은 빼고,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이자 이야기의 끝에 서 있는 존재

지난 세 화 동안 우리는 이자를 따라왔어요. 5,000년 전 수메르에서 이자가 생겨났고, 종교의 오랜 반대를 거쳐 경제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죠. 계산법에는 단리와 복리가 있고, 그중 복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도 봤고요.

그런데 이자를 알면 알수록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존재가 하나 있어요. 우리에게 이자를 주기도 하고, 우리에게서 이자를 받기도 하는 곳.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그 모든 이자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은행이에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건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하지만 은행은 자원봉사를 하는 곳이 아니에요. 우리에게 이자를 주고도 남는 게 있으니까 그 장사를 계속하는 거겠죠. 그 남는 돈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금세공사의 장부에서 시작된 것

'돈의 역사' 4화에서 우리는 런던의 금세공사 이야기를 했어요. 400년 전 런던 사람들은 무겁고 위험한 금을 금세공사의 금고에 맡기고, 그 대신 보관증을 받았죠. 그런데 금고를 지키던 금세공사가 어느 순간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려요.

"모든 사람이 같은 날 동시에 금을 찾으러 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금세공사는 맡아둔 금 가운데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했어요. 찾으러 오는 사람에게 내줄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굴린 거예요. 맡긴 사람은 자기 금이 금고에 그대로 있다고 믿었고, 필요할 때 실제로 찾을 수 있었으니 아무 문제도 느끼지 못했고요.

이것이 은행 비즈니스의 원형이에요. 남의 돈을 맡아두고, 그 돈을 빌려주고, 그 차이를 가져간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은행이 돈을 버는 기본 원리는 놀라울 만큼 비슷해요.

예대마진 : 싸게 빌려서 비싸게 빌려준다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고 돈을 받아와요. 그리고 그 돈을 대출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주죠. 이 두 이자율의 차이가 은행의 몫이 되는데, 이걸 예대마진이라고 불러요. "예금"의 예와 "대출"의 대, 거기에 영어 margin(차이)을 붙인 말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은행이 연 3%로 내 돈을 예금으로 받고, 그 돈을 연 5%로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줬다고 해볼게요. 1,000만 원이 은행을 한 번 거치면 이렇게 돼요.

  •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 : 1,000만 원 × 3% = 30만 원

  •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 : 1,000만 원 × 5% = 50만 원

  • 은행에 남는 돈 : 50만 원 - 30만 원 = 20만 원

물론 여기서 직원 월급, 지점 임대료, 전산 시스템 운영비를 빼야 하니까 실제 순이익은 이보다 훨씬 적어요. 게다가 대출은 떼일 위험도 있고요. 하지만 뼈대는 정확히 이 모양이에요.

그리고 이 뼈대가 생각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해요. 한국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달하거든요. 은행 수익의 거의 전부가 이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셈이에요.

나머지 10%는 뭘로 벌까

그렇다면 이자가 아닌 나머지 약 10%는 뭘까요? 이걸 비이자이익이라고 불러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요.

첫째, 수수료 수익이에요. 은행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예요. 외환을 바꿔줄 때 받는 수수료, 펀드나 보험 상품을 대신 팔아주고 받는 판매 수수료,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관리해주는 수수료 같은 것들이죠. 비이자이익 안에서는 이 수수료 수익이 가장 큰 덩어리예요.

둘째, 투자로 버는 돈이에요. 은행도 자기 돈으로 회사나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증서(채권), 회사의 주인 자격을 나눠 가진 증서(주식) 같은 걸 사둬요. '증권과 투자' 시리즈에서 자세히 다룰 것들이죠. 이걸 사고팔면서 남는 차익이 여기 들어가요. 다만 은행은 안정성이 최우선이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워서, 이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아요.

셋째, 외국 돈을 사고팔며 버는 돈이에요. 원화를 달러로 바꿔주면서 남기는 몫, 그리고 환율이 흔들릴 때 손해를 막아주는 계약을 팔면서 생기는 수익이에요. 한국 은행은 이 비중이 전체 수익의 1% 미만으로 아주 작아요. 참고로 미국 은행은 이 비중이 약 10%에 달해요.

왜 한국 은행은 유독 이자에 기댈까

비이자이익 10%. 미국 은행은 이 비중이 약 30%예요. 세 배 차이가 나는 셈인데, 왜 이렇게 벌어질까요?

사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이유 중 하나예요. 한국에서는 계좌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무료예요. 모바일 송금도 대부분 공짜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계좌를 그냥 갖고 있는 것만으로 매달 1만~2만 원 수준의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흔해요. ATM을 쓸 때도 수수료가 붙고, 잔액이 일정 금액 아래로 떨어지면 또 추가 수수료가 붙기도 하고요.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에요. 공짜로 계좌를 쓰고, 수수료 없이 돈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로 벌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는 셈이에요.

그러니 수익을 내려면 결국 남는 길은 하나예요. 예대마진, 즉 이자 차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죠. 한국 은행이 유독 금리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금리 비대칭이라는 오래된 논쟁

수익이 이자 차이에서 나온다는 건, 그 차이를 넓힐수록 은행이 더 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늘 따라다녀요.

대표적인 게 "금리 비대칭" 문제예요. 나라 전체의 금리 기준이 되는 숫자(기준금리, 7화에서 자세히 볼게요)가 오를 때 은행이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린다는 지적이죠. 그 시차 동안 예대마진은 저절로 벌어지고, 그만큼이 은행의 몫이 돼요.

반대로 은행 쪽에서는 이렇게 설명해요. 대출에는 언제나 못 받을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을 감당하면서 경쟁 환경 속에서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고요. 어느 쪽 말이 더 맞는지에 대한 판정은 아직 나지 않았고, 이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다만 확실한 건 하나 있어요.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 내 통장 금리와 내 대출 금리가 놓여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예대마진은 은행 결산 자료에만 나오는 단어가 아니에요. 지금 내 통장 두 개 사이에 실제로 벌어져 있는 간격이거든요.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2.9~3.2%, 저축은행은 연 3.4~3.6% 수준이에요. 은행이 내 돈을 데려오는 데 이만큼을 치르고, 그보다 높은 금리로 다시 빌려주면서 그 차이로 먹고사는 거예요.

그러니 오늘 해볼 만한 건 숫자 두 개를 나란히 적어보는 일이에요. 하나는 내 예금에 붙는 금리, 다른 하나는 내 대출에 붙는 금리. 은행 앱에서 5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데, 막상 적어놓고 보면 그 간격이 생각보다 넓어서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그 폭이 곧 은행이 나 한 사람에게서 버는 몫이에요.

특히 눈여겨볼 건 수시입출금 통장이에요. 여기 그냥 놔둔 돈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싼 자금이에요. 거의 이자를 주지 않고 조달해서 대출로 내보낼 수 있으니까요. 잔고가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나는 간격의 넓은 쪽 끝을 그대로 내주고 있는 셈이에요.

간격을 좁히는 손잡이는 양쪽에 하나씩 있어요. 받는 쪽에서는 1년 동안 쓸 일 없는 돈을 정기예금으로 옮겨 2.9~3.2%를 챙기는 것. 저축은행은 3.4~3.6%로 더 주지만, 1화에서 본 것처럼 그 차이는 위험의 값이라는 것도 같이 봐야 하고요. 내는 쪽에서는 지금 내 대출 금리가 몇 %인지, 더 낮출 여지가 있는 조건인지 확인하는 것. 둘 중 하나만 움직여도 간격은 줄어들어요.

예대마진은 은행의 용어가 아니라 내 지갑의 용어예요. 그 간격의 한쪽 끝에는 언제나 우리가 서 있으니까요. 다음 화에서는 은행이 하는 더 놀라운 일을 다룰 거예요. 은행은 돈을 옮겨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경제 안에서 실제로 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거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 시스템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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