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앱에서 예금 금리를 볼 때 우리는 보통 숫자 하나만 봐요. 연 3%면 3%구나 하고 넘어가죠. 그런데 같은 3%라도 이자가 어떻게 붙느냐에 따라 10년 뒤 통장 잔액은 꽤 달라져요. 지난 화에서 인류가 이자를 없애는 대신 관리하는 쪽을 택했다는 걸 봤으니, 이번엔 그 이자가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 볼 차례예요.
단리 : 원금에만 이자가 붙어요
이자를 계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예요. 단리와 복리.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돈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요.
단리는 이름처럼 단순해요. 처음 맡긴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방식이에요.
계산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연 5% 단리로 저축했다고 해볼게요. 요즘 실제 예금 금리보다는 넉넉한 숫자지만, 차이를 눈으로 보기에는 이 편이 편해요.
1년 후 : 100만 원 + 이자 5만 원 = 105만 원 - 2년 후 : 100만 원 + 이자 5만 원 + 5만 원 = 110만 원 - 3년 후 : 100만 원 + 이자 5만 원 × 3 = 115만 원
매년 똑같이 5만 원씩 붙어요. 10년이 지나면 100만 원 + 50만 원 = 150만 원이 되고요. 아주 단순하죠.
단리의 핵심은 이자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거예요. 1년 차에 받은 5만 원은 그냥 5만 원인 채로 가만히 있어요.
복리 :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어요
복리는 달라요. 이자가 원금에 합쳐지고, 그 합쳐진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이에요.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 볼게요. 100만 원을 연 5% 복리로 저축했다면 이렇게 돼요.
(원금에 5%를 더한다는 건 1.05를 곱하는 것과 같아요) - 1년 후 : 100만 원 × 1.05 = 105만 원 - 2년 후 : 105만 원 × 1.05 = 110만 2,500원 - 3년 후 : 110만 2,500원 × 1.05 = 115만 7,625원
2년 후를 보세요. 단리는 110만 원인데 복리는 110만 2,500원이에요. 겨우 2,500원 차이예요. 복리가 무섭거나 고마워지는 건 시간이 길어질 때부터거든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벌어지는 격차
같은 100만 원, 같은 연 5%로 계속 뒀을 때 둘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볼게요.
10년 후 : 단리 150만 원 vs 복리 약 163만 원 - 20년 후 : 단리 200만 원 vs 복리 약 265만 원 - 30년 후 : 단리 250만 원 vs 복리 약 432만 원 - 50년 후 : 단리 350만 원 vs 복리 약 1,147만 원
30년이 지나면 단리는 원금의 2.5배인데 복리는 4.3배예요. 50년이면 단리는 3.5배, 복리는 11.5배가 되고요.
같은 이자율, 같은 원금인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복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이걸 복리의 눈덩이 효과라고 불러요.
이자가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또 이자를 낳으면서 가속도가 붙거든요. 산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가 처음엔 주먹만 하다가 어느 순간 사람보다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72의 법칙 - 돈이 두 배가 되는 시간
복리에는 알아두면 두고두고 쓰이는 계산법이 하나 있어요. 72의 법칙이에요.
72 ÷ 이자율 = 원금이 두 배가 되는 햇수
연 3% 복리 : 72 ÷ 3 = 24년 후 두 배 - 연 4% 복리 : 72 ÷ 4 = 18년 후 두 배 - 연 6% 복리 : 72 ÷ 6 = 12년 후 두 배 - 연 8% 복리 : 72 ÷ 8 = 9년 후 두 배 - 연 12% 복리 : 72 ÷ 12 = 6년 후 두 배
정확한 공식은 아니지만 어림잡기에는 아주 쓸모 있어요. 계산기 없이 암산으로 바로 나오거든요.
여기서 한 가지가 선명하게 보여요. 이자율이 조금만 높아져도 두 배가 되는 시간이 극적으로 짧아진다는 거예요. 3%면 24년 걸리는데 8%면 9년이면 되니까요.
복리는 빚에도 똑같이 굴러가요
여기까지 읽으면 복리가 마냥 좋아 보여요. 그런데 복리에는 무서운 얼굴도 있어요. 빚에도 복리가 적용되거든요.
신용카드 리볼빙을 생각해 볼게요. 이번 달 카드값 100만 원 중 10만 원만 갚고 나머지 90만 원을 다음 달로 넘기는 방식이에요. 넘긴 금액에 이자가 붙고, 다음 달엔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죠. 연 이자율이 15~20% 정도인데 이게 복리로 쌓여요.
72의 법칙을 그대로 적용해 보면, 연 18% 복리는 72 ÷ 18 = 4년이면 빚이 두 배가 돼요.
100만 원을 갚지 않고 놔두면 4년 후엔 200만 원, 8년이면 400만 원, 12년이면 800만 원이에요. 복리의 눈덩이가 반대 방향에서 나를 향해 굴러오는 셈이죠.
1화에서 함무라비 법전이 이자율 상한을 정해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빌린 사람이 영영 빚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거든요. 3,8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복리의 무서움은 똑같아요.
얼마를 넣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두느냐
복리에 대해 이런 말이 전해져요. "복리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다. 이해하는 사람은 복리를 벌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복리를 낸다."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어요. 그럼에도 이 문장이 오래 인용돼 온 건 그만큼 복리의 위력이 강력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원리인데 내가 돈을 맡긴 쪽인지 빌린 쪽인지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가 되는 거죠.
그래서 복리를 알면 결론 하나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와요.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예를 들어 25살에 매달 30만 원씩 연 7% 복리로 저축을 시작한 A와, 35살에 같은 조건으로 시작한 B를 비교해 볼게요. 둘 다 60살까지 넣는다고 하면요.
A (25살 시작, 35년간) : 총 납입액 1억 2,600만 원 → 약 5억 3,000만 원 - B (35살 시작, 25년간) : 총 납입액 9,000만 원 → 약 2억 4,000만 원
A가 더 넣은 돈은 3,600만 원뿐인데 결과는 2배 이상 벌어져요. 10년이라는 시간이 복리를 통해 만들어낸 차이예요.
복리의 세계에서는 얼마를 넣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두느냐가 더 중요해요.
그래서 지금은?
지금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2.9~3.2%, 저축은행이 연 3.4~3.6% 수준이에요. 딱 오늘 배운 단리와 복리를 대보기 좋은 구간이죠. 숫자만 보면 고만고만해 보이지만, 여기에 시간을 붙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1,000만 원을 연 3%로 맡긴다고 해볼게요. 해마다 이자를 빼서 쓰면 10년 동안 받은 돈을 다 합쳐 1,300만 원이에요. 이자를 빼지 않고 원금에 얹어 다시 맡기면 약 1,344만 원이 되고요. 10년에 44만 원 차이니 아직은 소박해요. 그런데 같은 조건으로 20년을 두면 앞은 1,600만 원, 뒤는 약 1,806만 원이에요. 차이가 200만 원을 넘어가요. 복리는 초반에 조용하다가 뒤로 갈수록 몸집을 키워요.
금리대 차이도 같은 방식으로 보면 돼요. 저축은행 쪽 연 3.5%로 20년을 굴리면 약 1,990만 원, 연 3%로 굴린 1,806만 원과 180만 원 넘게 벌어져요. 72의 법칙으로 봐도 연 3%는 원금이 두 배 되는 데 약 24년, 연 3.5%는 약 21년이에요. 0.5%포인트가 3년을 당기는 거예요. 예금을 고를 때 소수점 뒤 숫자를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죠. 다만 1화에서 물었던 질문은 그대로 유효해요. 그 0.5%포인트가 무엇의 값인지, 시간의 값인지 위험의 값인지요.
실제로 통장을 만들 땐 두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 이 상품의 이자가 단리인지 복리인지, 그리고 만기가 왔을 때 이자까지 함께 다시 예치되는지. 대부분의 정기예금은 단리로 계산돼요. 그러니까 복리는 상품이 알아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만기 이자를 빼 쓰지 않고 다시 넣는 내 선택에서 생겨요. 위 숫자는 모두 세금을 떼기 전 기준이라, 실제로 남는 금액은 이보다 조금 줄어요.
반대쪽도 같은 눈으로 보면 좋아요. 마이너스 통장이나 리볼빙 잔액이 남아 있다면, 그 돈은 연 3%짜리 예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어요. 연 18%짜리 빚을 그대로 둔 채 3%짜리 예금을 열심히 굴리는 건, 눈덩이를 양손에 하나씩 쥐고 큰 쪽을 방치하는 셈이에요. 복리는 재능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예요. 다음 화에서는 이 이자를 다루는 핵심 기관인 은행을 볼 거예요. 우리가 맡긴 100만 원으로 은행은 도대체 뭘 하고, 어떻게 돈을 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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