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화에서는 은행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만들어내는지를 봤어요. 이번엔 시선을 반대로 돌려서, 은행 창구 이쪽에 서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야기해볼게요. 통장을 만들 때 늘 마주치는 예금과 적금, 이 익숙한 두 단어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아요. 같은 금리를 보고 가입했는데 왜 받는 이자가 다른지, 그리고 내가 맡긴 돈은 정말 안전한지를 오늘 정리해볼게요.
말부터 정리하고 갈게요
헷갈리기 쉬운 단어가 둘 있어요. 첫 번째는 예금이에요. 이 말은 사실 두 가지 뜻으로 쓰여요.
넓은 의미의 예금은 은행에 돈을 맡기는 행위 전체를 뜻해요. 법률에서도 예금은 은행에 맡기는 모든 돈을 통칭해요. 입출금통장에 넣어둔 돈도 예금이고, 1년짜리 정기예금도 예금이에요. 반면 좁은 의미의 예금은 우리가 일상에서 "예금 대 적금"이라고 말할 때의 그 예금이에요. 목돈을 한 번에 맡기고 일정 기간 뒤에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상품을 가리키죠.
우리가 매일 쓰는 입출금통장의 정식 이름이 "보통예금"인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은행에 돈을 맡겼다는 넓은 뜻이지, 목돈을 묶어뒀다는 뜻이 아니에요. 이 시리즈에서 "예금과 적금"이라고 할 때는 좁은 의미, 즉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을 가리킬게요.
두 번째는 이자와 금리예요. 지금까지 이자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앞으로는 금리라는 말이 더 자주 나와요. 이자는 돈을 빌리거나 맡겼을 때 주고받는 금액 자체예요. "이자를 36만 원 받았다"처럼 쓰죠. 금리는 그 이자를 계산하는 비율이에요. "금리가 연 3%다"처럼 쓰고요.
쉽게 말하면 금리는 이자의 가격표예요. 금리가 높으면 이자가 많아지고, 낮으면 적어져요. "연 3%"라고 하면 1년 동안 맡길 경우 원금의 3%만큼 이자를 준다는 뜻이에요.
같은 금리인데 이자는 왜 절반일까
예금과 적금의 차이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래요.
정기예금 : 목돈을 한 번에 맡기는 것
정기적금 : 돈을 나눠서 모으는 것
정기예금은 1,200만 원을 한꺼번에 넣고 1년 뒤에 이자와 함께 받는 거예요. 정기적금은 매달 100만 원씩 12개월 동안 넣어서 1,200만 원을 모으는 거고요. 만기에 모이는 원금은 똑같아요. 그런데 이자는 크게 달라요.
금리가 연 3%인 경우로 계산해볼게요. 정기예금은 1,200만 원 전체에 1년치 3%가 붙으니까 이자는 36만 원이에요. 간단하죠.
적금은 작동 방식이 달라요. 매달 넣는 돈마다 이자가 붙는 기간이 제각각이거든요.
1월에 넣은 100만 원 → 12개월치 이자
2월에 넣은 100만 원 → 11개월치 이자
3월에 넣은 100만 원 → 10개월치 이자
12월에 넣은 100만 원 → 1개월치 이자
첫 달에 넣은 돈만 1년치 이자를 받고, 마지막 달에 넣은 돈은 한 달치 이자만 받아요. 이걸 다 더하면 적금 이자는 약 19만 5천 원(세전)이 돼요. 같은 금리, 같은 원금인데 예금은 36만 원, 적금은 19만 5천 원이니 거의 두 배 차이죠.
매번 이렇게 계산하기는 번거로우니 어림잡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적금의 실제 이자는 상품에 적힌 금리의 절반쯤이라고 보면 돼요. 적금 금리가 3%라면 실제 체감은 예금 1.6% 정도예요. 이유는 단순해요. 첫 달에 넣은 돈은 12개월치 이자가 붙지만 마지막 달에 넣은 돈은 한 달치만 붙거든요. 열두 번을 평균 내면 대략 절반이 되는 거죠.
그래도 적금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여기까지 보면 "그럼 적금은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핵심은 목돈이 있느냐 없느냐예요.
이미 1,200만 원이 통장에 있다면 정기예금에 넣는 게 이자 면에서 유리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특히 사회 초년생은 그 목돈 자체가 없어요.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모아야 하죠. 그 역할을 하는 게 적금이에요. 적금은 이자를 많이 받으려고 드는 상품이라기보다, 목돈을 만들어내는 장치에 가까워요.
정리하면 이렇게 나뉘어요.
목돈이 이미 있다 → 정기예금이 이자 면에서 유리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 → 정기적금으로 저축 습관 만들기
당장 쓸 일이 없는 여유 자금 → 정기예금
매달 일정 금액을 모으고 싶다 → 정기적금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상품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상황에 따라 맞는 도구가 다를 뿐이에요.
매일 쓰는 통장 : 입출금과 파킹
예금과 적금 말고도 우리가 늘 쓰는 통장이 있죠. 입출금통장, 정식 이름으로는 보통예금이에요. 월급을 받고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이체를 하는 일상용 통장이에요.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이자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연 0.1% 수준이라, 1,000만 원을 넣어둬도 1년 이자가 1만 원이에요.
그래서 요즘 많이 쓰는 게 파킹통장이에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보통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이에요. 주차하듯 잠깐 돈을 세워둔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죠. 당장 쓸 돈은 아닌데 정기예금에 1년씩 묶어두기엔 언제 필요할지 모를 때 유용해요.
다만 파킹통장 하나로 다 되지는 않아요. 급여 수령, 공과금과 카드대금 자동이체, 체크카드 연결 같은 일상적인 금융 거래는 대부분 일반 입출금통장을 기반으로 돌아가요. 파킹통장은 이런 기능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실제로는 입출금통장에 생활비만 남기고, 나머지 여유자금은 파킹통장에 옮겨두는 식으로 병행하는 사람이 많아요. 통장 하나에 모든 역할을 몰아주지 않는 거예요.
이자에서 15.4%가 먼저 빠져요
은행에서 받는 이자에는 세금이 붙어요. 이자소득세 14%에 지방소득세 1.4%를 더해 총 15.4%예요. 내가 따로 신고할 필요는 없고, 은행이 이자를 줄 때 알아서 떼고 나머지를 입금해줘요.
앞의 정기예금 이자 36만 원으로 계산해볼게요.
세금 : 36만 원 × 15.4% = 약 5만 5천 원
실제 수령 : 약 30만 5천 원
은행이 "연 3%"라고 붙여둔 숫자는 세전 금리예요.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세후 약 2.5%인 셈이죠. 상품 광고에 적힌 숫자와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어요. 금융 상품을 비교할 때는 세후 기준으로 따져보는 습관이 중요해요.
은행이 망해도 1억 원까지는
은행에 맡긴 돈은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앞 화에서 봤듯이 은행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있는 장치가 예금자보호제도예요. 한국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별로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억 원까지 보호해줘요. 은행이 파산해도 그 한도까지는 돌려받을 수 있어요. 이 한도는 2001년에 5,000만 원으로 정해진 뒤 24년간 유지되다가, 2025년 9월 1일부터 1억 원으로 올랐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금융기관별이라는 말이에요. 같은 은행에 예금 7,000만 원과 적금 5,000만 원이 있으면 합계 1억 2,000만 원이지만 보호받는 건 1억 원까지예요. 반대로 A은행에 9,000만 원, B은행에 8,000만 원이 있다면 각각 전액 보호돼요. 은행이 다르면 따로 계산하거든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일반 예금과 별도로 1억 원까지 보호받아요.
보호되지 않는 것도 있어요. 주식, 펀드, 채권 같은 투자 상품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에요. 증권사에서 파는 CMA도 대부분 대상이 아니에요. CMA는 증권사에 맡긴 돈을 하루 단위로 굴려주는 통장인데, 은행 예금처럼 보여도 예금이 아니라서 보호 대상에서 빠지는 거예요. 가입할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참고로 우체국 예금은 국가 기관이라 예금자보호법과 별도로 정부가 금액 제한 없이 전액 보호해요.
금리를 비교하다 보면 1금융권, 2금융권이라는 말도 만나게 돼요. 제1금융권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같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에요. 규모가 크고 안정성이 높은 대신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죠. 제2금융권은 저축은행, 상호금융(신협,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 등이에요.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규모는 작아요. 제3금융권은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대부업체를 가리켜요. 금리가 훨씬 높고(법정 최고금리 연 20%), 예금 기능 없이 대출만 취급하며 예금자보호도 적용되지 않아요.
여기서 하나, 제2금융권 예금도 예금자보호 대상이라는 점이에요. 저축은행이든 새마을금고든 1인당 1억 원까지 보호돼요. 그래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1억 원 이내로 넣어 안전하면서도 이자를 더 받는 전략이 가능해요. 다만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한도를 넘기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지금은?
지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2.9~3.2%, 저축은행이 연 3.4~3.6%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 숫자는 예금 통장에 붙었을 때의 이야기예요. 똑같은 숫자가 적금 통장 앞에 적혀 있으면 내 손에 들어오는 이자는 전혀 다른 크기가 돼요.
숫자로 확인해볼게요. 저축은행 3.5%짜리 정기예금에 1,000만 원을 1년 넣어두면 세전 이자가 35만 원,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약 29만 6천 원이 남아요. 같은 3.5%짜리 적금에 매달 나눠 넣으면 체감 이자는 그 절반 남짓, 예금으로 치면 1.9% 정도로 떨어져요. 이유는 오늘 본 그대로예요. 나눠 넣은 돈은 이자가 붙는 기간도 짧으니까요.
그래서 적금 만기가 오면 그 돈을 통장에 풀어두지 말고 바로 예금으로 넘기는 게 좋아요. 같은 금리에서 이자를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거든요.
저축은행 금리가 더 높다는 이유로 옮길 생각이라면 선 하나만 기억하면 돼요. 한 금융회사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억 원을 넘지 않게 나눠 두는 것. 금리 0.4%포인트를 더 받자고 한도를 넘겼다가, 그 회사가 문을 닫으면 넘긴 만큼은 돌려받지 못하거든요.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남아요. 예금 금리도 적금 금리도 결국 누군가가 정한 출발점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 출발점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다음 화에서는 뉴스에 늘 등장하는 그 숫자, 기준금리 이야기를 해볼게요.
은행과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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