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짧게 보고 갈게요.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야기예요.
서기 1602년 무렵 암스테르담 상인들에게 향신료 무역은 한 번에 크게 버는 일이었어요. 배가 아시아까지 갔다가 후추와 정향을 싣고 돌아오면 값이 몇 배로 뛰었거든요. 문제는 배가 못 돌아오는 경우였어요. 폭풍을 만나거나 해적에게 털리면 배에 실은 돈이 통째로 사라졌어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한 사람이 배 한 척에 전 재산을 넣는 대신, 여러 사람이 조금씩 돈을 모아 여러 척을 함께 띄운 거예요. 돈을 낸 사람에게는 얼마를 냈는지 적은 종이를 나눠줬고요. 항해에서 이익이 나면 그 종이를 가진 사람들끼리 몫대로 나눠 가졌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회사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예요.
여기서 하나가 더 생겼어요. 항해가 몇 년씩 걸리다 보니 중간에 돈이 급해지는 사람이 나왔거든요. 그런 사람은 자기 종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돈을 받았어요. 이 종이를 사고파는 자리가 암스테르담에 아예 상설로 들어섰고, 그게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예요.
그 종이가 주식이고, 사고파는 자리가 주식시장이에요. 400년이 지난 지금도 뼈대는 그대로고요.
그럼 그 종이 한 장에는 대체 뭐가 담겨 있는 걸까요.
주식 = 회사의 소유권 조각
주식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회사를 잘게 쪼갠 조각"이에요.
어떤 회사가 주식을 총 100주 발행했어요. 내가 그중 1주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이 회사의 1/100을 소유하고 있는 거예요. 회사의 주인 중 한 명인 거죠. 이걸 "주주"라고 해요.
삼성전자는 약 60억 주의 주식이 있어요. 내가 1주를 사면, 삼성전자의 60억 분의 1만큼을 소유하는 거예요. 아주 작은 조각이지만, 엄연한 소유권이에요.
주주가 되면 두 가지 권리가 생겨요. 하나는 회사 이익을 나눠받을 권리(배당), 다른 하나는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투표할 권리(의결권)예요. 1주로는 표가 아주 작지만, 주주총회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죠. 그럼 이 조각 하나의 값은 누가 정할까요?
주가는 어떻게 정해질까?
삼성전자 주가가 "19만 원"이라고 해볼게요. 이 19만 원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정부도 회사도 아니에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정해요.
삼성전자의 미래가 밝다고 보는 사람이 많으면 사려는 사람이 늘어 주가가 올라가요. 기대가 식으면 반대로 내려가고요.
결국 주가는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된 숫자예요. 같은 회사인데도 매일 주가가 오르내리는 이유가 이거예요. 기대가 매일 바뀌니까요.
시가총액 - 회사의 가격표
회사 전체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이걸 알려주는 게 시가총액이에요.
주가 × 총 주식 수 = 시가총액
삼성전자 주가 19만 원 × 약 60억 주 = 약 1,100조 원. "지금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통째로 산다면 1,100조 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시가총액이 큰 회사를 "대형주", 작은 회사를 "소형주"라고 불러요.
배당 - 주주에게 돌아오는 이익
앞에서 말한 배당, 그러니까 회사가 번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그 권리예요. 앞에서 본 동인도회사가 200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주주들에게 평균 18% 안팎을 나눠줬던 것도 배당이에요. 물론 한 푼도 못 준 해도 있었고요.
모든 회사가 배당을 주는 건 아니에요. 성장 중인 회사는 번 돈을 다시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이미 충분히 큰 회사, 은행주나 통신주 같은 회사들은 이익의 일부를 꾸준히 배당해요.
배당을 얼마나 주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배당수익률이에요. 주가가 5만 원인 회사가 1년에 주당 2,000원을 배당하면, 배당수익률은 4%예요. '은행과 금리'에서 본 예금 금리(2~3%)보다 높죠. 다만 예금은 원금이 그대로 남지만, 주식은 배당을 4% 받는 사이 주가가 10% 떨어지면 결국 손해예요. 배당수익률만 떼어놓고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죠.
PER - 이 주식, 비싼 걸까 싼 걸까?
삼성전자가 19만 원이고 현대차가 50만 원이면, 현대차가 더 비싼 걸까요.
주가만으로는 비싸고 싼 걸 판단할 수 없어요. 회사마다 발행한 주식 수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쓰는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이에요. 어려워 보이지만, 비유하면 간단해요.
PER = 회사의 값 ÷ 그 회사가 1년에 버는 돈
여기서 '버는 돈'은 순이익, 그러니까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세금을 다 빼고 최종으로 남는 돈이에요. 치킨집을 하나 산다고 생각해볼게요. 이 치킨집의 가격이 1억 원이고, 1년에 순이익이 2,000만 원이에요. 그러면 "5년 장사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죠? 이게 PER 5예요.
옆에 있는 피자집은 가격이 1억 원인데, 1년 순이익이 1,000만 원이에요. 투자금 회수에 10년 걸리죠? 이건 PER 10이에요.
같은 1억 원이지만, 치킨집(PER 5)이 피자집(PER 10)보다 "이익 대비 싸다"고 할 수 있어요.
주식도 똑같아요. PER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저렴하다", 높으면 "이익에 비해 비싸다"는 의미예요.
다만 PER이 높은 게 늘 나쁜 신호는 아니에요. 지금은 이익이 작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면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사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기술주 같은 성장 기업들은 PER이 높은 경우가 많아요.
이번 화 정리
- 주식은 회사의 소유권 조각이에요. 1주를 사면 그만큼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 주가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기대가 만들어내는 숫자예요
- 시가총액(주가 × 주식 수)은 회사 전체의 시장 가치예요
- 배당은 회사가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배당수익률로 비교해요
- PER(주가 ÷ 주당순이익)은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판단하는 기본 지표예요
다음 화에서는 주식의 반대편에 있는 투자 상품을 알아볼 거예요. 주식이 "회사의 조각"이라면, 채권은 "빚 문서"예요. 그리고 '은행과 금리'에서 배운 그 금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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