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보험의 본질을 배웠어요.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손실을, 보험료를 내고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
그런데 사실 우리는 이미 보험 하나에 가입되어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요.
건강보험이에요.
건강보험은 뭔가요?
건강보험은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비 지원 시스템이에요. 직장에 다니면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고, 회사가 절반을 내줘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지역가입자로 따로 내요. 그러면 학생이나 아이들은요? 소득이 없는 가족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요. 보험료를 따로 안 내고, 가족의 건강보험에 함께 적용받는 거예요. 한국 국민이라면 거의 모두 이 세 가지 중 하나로 가입되어 있어요.
핵심은 간단해요. 내가 병원에서 돈을 낼 때, 건강보험이 일부를 대신 내줘요. 진료비가 10만 원이면 건강보험이 7만 원을 내고, 나는 3만 원만 내요. 이 3만 원이 본인부담금이에요. 병원이 싸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수만 명이 조금씩 돈을 내서 아픈 사람의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구조, 딱 그거예요. 다만 이걸 운영하는 곳이 보험사가 아니라 국가(국민건강보험공단)라는 점만 달라요.
급여와 비급여 - 건강보험의 경계선
건강보험이 모든 병원비를 내줄까요? 아니에요. 적용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나뉘어요. 이 구분이 이번 화의 핵심이에요.
1️⃣ 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예요. 일반 진찰, 수술, 입원, 투약 등 필수 의료 대부분이 여기 들어가요. 건강보험이 큰 부분을 내주니까 내 부담은 보통 10~30% 수준이에요.
2️⃣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예요. 100% 내 돈이에요. 도수치료, 비급여 MRI, 비급여 주사, 영양제 수액, 상급병실료, 라식·라섹 같은 것들이에요. 가격도 병원마다 달라요.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으니까요.
급여는 국가가 목록에 올려두고 "이건 우리가 대부분 내줄게"라고 정한 치료예요. 비급여는 그 목록에 아직 없는 치료고요.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꼭 필요하진 않다고 본 것도 있고, 너무 비싸서 아직 못 올린 것도 있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약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아요. 값을 내가 다 내야 해요.
비급여가 얼마나 되길래 문제예요?
생각보다 커요.
허리 아파서 MRI 찍으면 비급여로 30~80만 원이에요. 병원마다 달라요. 도수치료 받으면 회당 5~10만 원, 몇 달 다니면 수백만 원이에요. 입원할 때 1~2인실 쓰면 상급병실료가 하루 10~20만 원씩 붙어요. 전부 비급여예요.
여기까지는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진짜 문제는 큰 병이에요. 암 수술 후에 비급여 항암제를 써야 하면 수천만 원이 되기도 해요. 치료가 복잡해질수록 비급여 비중이 커져요. 건강보험만 있으면 큰 병 한 번에 수백~수천만 원이 고스란히 내 부담이에요.
정리하면 건강보험은 절반만 막아줘요. 급여는 잘 막아주지만, 비급여 쪽은 뚫려 있어요.
그러면 이 구멍은 어떻게 막아요?
민간보험이에요.
건강보험이 국가가 깔아주는 1층이라면, 민간보험은 그 위에 올리는 2층과 3층이에요.
2층은 비급여 포함, 실제로 병원에서 쓴 돈을 돌려받는 보험이에요. 건강보험이 못 막는 병원비를 직접 메워줘요.
3층은 큰 병에 걸렸을 때, 치료비와는 별개로 삶을 지탱해주는 보험이에요. 소득이 끊기고, 간병비가 생기고, 일상이 무너지는 충격. 그 충격을 버틸 돈이 필요해요.
1층만 있으면 비급여 앞에서 흔들리고, 2층까지 있으면 병원비는 버텨도 소득이 끊기는 건 못 막아요. 그렇다고 누구나 3층까지 다 쌓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모아둔 돈으로 감당되는 크기라면 굳이 넘길 필요가 없다고 1화에서 말했죠. 내가 어디까지 감당되는지에 따라 필요한 층이 달라져요.
그런데 민간보험은 종류가 많아요. 사망보험, 암보험, 실손보험, 운전자보험, 저축보험… 이름만 들어도 복잡하죠. 어떤 게 2층이고 어떤 게 3층인지, 그리고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를 알려면 민간보험의 지도부터 펼쳐야 해요.
이번 화 정리
- 건강보험 =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비 지원 시스템. 직장인은 월급에서 자동 납부
- 급여 항목 = 건강보험 적용. 내 부담 10~30%
- 비급여 항목 = 건강보험 미적용. 내 부담 100%. 도수치료, 비급여 MRI, 상급병실료 등
- 큰 병일수록 비급여 비중이 커져서 건강보험만으론 부족
- 건강보험(1층) 위에 병원비 보전(2층), 소득 공백 대비(3층)가 있다. 어디까지 필요한지는 내가 감당 가능한 크기에 달렸다
- 2층과 3층을 채우는 것이 민간보험
다음 화에서는 그 지도를 펼쳐볼게요. 보장성과 저축성은 뭐가 다른지, 사망·질병·사고·의료비가 어떻게 나뉘는지, 그리고 어떤 게 2층이고 어떤 게 3층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