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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시리즈/[2부] 은행과 금리

은행과 금리 4화 : 은행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지난 세 화에 걸쳐 우리는 이자에 대해 알아봤어요.

5,000년 전 수메르에서 이자가 태어났고, 종교와 오랜 전쟁을 거쳐 경제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죠.

그리고 이자에는 단리와 복리라는 두 가지 계산법이 있고, 특히 복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도 배웠어요.

그런데 이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자연스럽게 하나의 존재가 떠올라요. 우리에게 이자를 주기도 하고, 이자를 받기도 하는 곳.

예금 이자, 대출 이자, 이 모든 이자의 한가운데 서 있는 존재.

 

바로 은행이에요.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아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생각해보면 이상해요. 은행은 자선단체가 아닌데, 왜 우리에게 이자를 줄까요?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금세공사의 장부에서 시작된 것

돈의 역사 4화에서 우리는 런던의 금세공사 이야기를 했어요. 17세기, 사람들이 금을 금세공사에게 맡기고 보관증을 받았죠. 그런데 금세공사는 어느 순간 깨달아요.

"모든 사람이 동시에 금을 찾으러 오는 일은 없다."

그래서 금세공사는 보관하고 있던 금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했어요. 맡긴 사람에게는 금을 돌려줄 수 있을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대출한 거예요.

이것이 은행 비즈니스의 원형이에요. 300년이 넘은 지금도, 은행이 돈을 버는 기본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요.


예대마진 : 은행 수익의 90%

은행의 핵심 수익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해요.

"싸게 빌려서, 비싸게 빌려준다."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고 돈을 받아요. 그리고 그 돈을 대출자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줘요. 이 두 이자율의 차이가 은행의 수익이 되는데, 이걸 예대마진이라고 해요. "예금"의 "예"와 "대출"의 "대", 그리고 영어 margin(차이)을 합친 말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은행이 예금 이자율 2%로 여러분의 돈을 받고, 그 돈을 대출 이자율 5%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면, 그 차이인 3%가 은행의 몫이에요.

1,000만 원이 은행을 거치면:

  •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 1,000만 원 × 2% = 20만 원
  •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 1,000만 원 × 5% = 50만 원
  • 은행의 수익: 50만 원 - 20만 원 = 30만 원

물론 이 30만 원에서 직원 월급, 건물 임대료, 시스템 운영비 등을 빼야 하니까 순이익은 이보다 적어요. 하지만 기본 구조는 이래요.

한국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에 달해요. 은행 수익의 거의 전부가 이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거예요.


나머지 10%는 뭘로 벌까?

그렇다면 이자 수익 말고 나머지 약 10%는 뭘까요? 이걸 비이자이익이라고 불러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수수료 수익이에요. 은행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대가예요. 외환 거래를 해줄 때 받는 수수료, 펀드나 보험 상품을 대신 판매해 줄 때 받는 판매 수수료, 퇴직연금을 운용·관리해주는 수수료 같은 것들이에요. 비이자이익 중에서는 이 수수료 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둘째, 유가증권 투자 수익이에요. 은행도 자기 돈으로 채권이나 주식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해요. 여기서 나오는 매매 차익이나 이자·배당 수익이 포함돼요. 다만 은행은 안정성이 최우선이라 공격적인 투자는 하기 어려워서, 이 수익은 크지 않아요.

 

셋째, 외환·파생상품 거래 수익이에요. 달러를 사고팔거나, 환율·금리 변동에 대비한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생기는 수익이에요. 한국 은행의 경우 이 비중이 전체 수익의 1% 미만으로 매우 작아요. 참고로 미국 은행은 이 비중이 약 10%에 달해요.

정리하면, 한국 은행의 수익 구조는 이래요:

  • 이자이익 (예대마진) : 약 90%
  • 비이자이익 : 약 10% (수수료 + 투자수익 + 외환·파생)

왜 한국 은행은 유독 이자 비중이 높을까

비이자이익 10%. 미국 은행은 이 비중이 약 30%예요.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사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이유 중 하나예요.

한국에서는 계좌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무료예요. 모바일 송금도 대부분 공짜고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계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매달 1만~2만 원 수준의 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흔해요. ATM을 쓸 때도 수수료가 붙고, 잔액이 일정 금액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기도 해요.

 

우리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에요. 공짜로 계좌를 쓰고, 수수료 없이 돈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보면, 수수료로 벌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는 셈이에요. 그래서 수익을 내려면 결국 예대마진, 즉 이자 차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예요.

 

한편, 이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있어요. 기준금리가 오를 때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현상, 이른바 "금리 비대칭"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어요. 반대로 은행 측에서는 대출에는 항상 못 받을 위험이 따르고, 경쟁 환경 속에서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해요. 은행의 수익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이번 화 정리

  • 은행의 기본 수익 구조는 예대마진 : 예금 이자(싸게 빌림)와 대출 이자(비싸게 빌려줌)의 차이
  • 한국 은행은 전체 수익의 약 90%를 이자 수익에, 나머지 10%를 수수료·투자·외환 수익에 의존
  • 한국에서는 계좌 유지비, 송금 수수료 등이 대부분 무료 → 은행이 수수료로 벌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
  • 미국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약 30% — 계좌 수수료, 파생상품 거래 등의 차이
  • "금리 비대칭" 문제 등 은행 수익 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 중

다음 화에서는 은행이 하는 더 놀라운 일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은행은 단순히 돈을 옮겨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경제 안에 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요.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