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초시리즈/[2부] 은행과 금리

은행과 금리 7화 : 기준금리, 모든 금리의 출발점

6화에서 금리는 "이자를 정하는 비율", 쉽게 말해 이자의 가격표라고 했어요.

예금 금리 4%라고 하면, "1년 맡기면 원금의 4%만큼 이자를 준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가격표"는 누가 정하는 걸까요?

은행이 마음대로 정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모든 은행의 금리가 비슷한 범위 안에 있을까요? 그리고 뉴스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라고 할 때, 그 기준금리는 내 예금이나 대출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이번 화에서는 금리의 세계를 제대로 들여다볼 거예요.


금리에도 종류가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금리는 사실 하나가 아니에요.

은행에 예금할 때 받는 예금 금리, 은행에서 대출할 때 내는 대출 금리, 뉴스에서 나오는 기준금리, 국가가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국채 금리.

이 금리들은 서로 다른 숫자이지만, 따로 노는 게 아니에요. 하나가 움직이면 나머지도 따라 움직여요. 마치 톱니바퀴처럼요.

그리고 이 톱니바퀴의 출발점이 되는 금리가 있어요. 그것이 바로 기준금리예요.


기준금리란 무엇인가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금리예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과 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예요.

잠깐,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과 돈을 거래한다고요?

네.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기듯이, 시중 은행도 한국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려요. 국민은행, 신한은행 같은 은행들이 하루 동안 남는 돈을 한국은행에 맡기거나, 부족한 돈을 한국은행에서 빌리거든요.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기준금리예요.

구조를 정리하면 이래요

  • 우리 → 시중 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림 → 예금/대출 금리 적용
  • 시중 은행 → 한국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빌림 → 기준금리 적용

즉, 기준금리는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 정하는, 은행들을 위한 금리예요. 우리에게 직접 적용되는 금리는 아니지만, 시중 은행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출발점 역할을 해요.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 은행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올라가요. 그러면 은행은 그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해요. 대출 금리가 오르고, 예금 금리도 올라요. 반대로 기준금리가 내리면,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도 함께 내려가요.


누가 기준금리를 정할까?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총재 혼자 정하는 게 아니에요. 금융통화위원회라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회의체가 결정해요.

7명의 구성은 이래요

  • 한국은행 총재 (의장)
  • 한국은행 부총재 (당연직)
  • 5명의 위원 :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

금융·경제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에요. 이 7명이 모여서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유지할지"를 투표로 결정해요.


어떻게 결정될까?

금융통화위원회는 1년에 8번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어요. 대략 6주에 한 번꼴이에요.

회의 전날에는 동향보고회의가 열려요. 한국은행의 각 부서가 국내외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하고, 위원들이 토론을 해요.

본회의는 보통 오전 9시에 시작돼요. 위원들은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최종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해요. 5명 이상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돼요.

회의가 끝나면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2주 뒤에는 회의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담긴 의사록이 공개돼요.

그렇다면 이 7명은 무엇을 보고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결정할까요?


금리를 올리는 이유, 내리는 이유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두 가지가 있어요. 물가경기예요.

 

물가가 너무 오를 때 → 기준금리를 올려요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요. 작년에 1,000원이던 커피가 올해 1,200원이 되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어든 거예요.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 금리가 올라가니까, 사람들과 기업이 돈을 덜 빌려요. 돈을 덜 쓰니까, 물건에 대한 수요가 줄어요. 수요가 줄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져요. 반대로 예금 금리도 올라가니까, 사람들이 소비보다 저축을 더 하게 돼요. 시중에 도는 돈이 줄어들어요.

 

경기가 너무 나쁠 때 → 기준금리를 내려요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사람들은 소비를 줄여요. 경제가 위축돼요.

기준금리를 내리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 금리가 내려가니까, 기업은 더 싸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어요. 사람들도 대출 부담이 줄어서 소비가 늘어요. 경제에 돈이 더 많이 돌기 시작해요.

 

정리하면

  • 물가 상승 억제 → 기준금리 인상 (돈을 덜 돌게)
  • 경기 부양 → 기준금리 인하 (돈을 더 돌게)

한국은행의 목표 : 물가 2%

그래서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2%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왜 0%가 아니라 2%일까요?"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도 경제에 좋지 않아요.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사람들은 "나중에 더 싸질 테니 지금 안 사도 돼"라고 생각해요. 소비가 줄고, 기업 매출이 줄고, 고용이 줄고,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요. 이걸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요.

그래서 적당히 물가가 오르는 것, 즉 연 2% 정도의 완만한 물가 상승이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보는 거예요. 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등 대부분의 주요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어요.

이 두 목표는 때로 충돌해요. 물가도 오르고 경기도 나쁜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금리를 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 판단이 어려워요. 그래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늘 쉽지만은 않아요.


이번 화 정리

  • 금리에도 종류가 있다 : 예금 금리, 대출 금리, 기준금리, 국채 금리 등
  •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시중 은행과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모든 금리의 출발점
  •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7명이 연 8회 회의를 통해 결정
  • 물가 상승 → 금리 인상, 경기 침체 → 금리 인하
  • 한국은행의 목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연 2% 유지. 물가가 안 오르는 것(디플레이션)도 위험
  • 물가와 경기가 동시에 나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판단이 어려움

다음 화에서는 이 기준금리가 어떻게 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까지 흘러오는지, 지금 기준금리는 얼마인지, 그리고 미국의 금리는 왜 중요한지 알아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