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시리즈/[3부] 증권과 투자

증권과 투자 9화 : 분산투자와 자산배분

부와 함께하는 경제이야기 2026. 2. 21. 23:08

5화에서 펀드와 ETF를 배울 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이 나왔죠. 그때는 펀드가 여러 종목에 나눠 담는 바구니라는 걸 설명하는 정도였어요.

이번 화에서는 이 격언을 투자 전략의 핵심 원칙으로 본격 파고들어 볼 거예요. 단순히 "여러 개 사라"가 아니에요. 뭘, 얼마나, 왜 나눠야 하는지가 중요해요.


1952년, 한 대학원생의 논문

분산투자가 좋다는 건 옛날부터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왜 좋은지, 어떻게 해야 최적인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사람은 없었어요.

1952년, 시카고 대학의 대학원생 해리 마코위츠가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해요.

"투자의 위험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로 봐야 한다.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수익률은 유지하면서 위험만 줄일 수 있다."

논문 심사 때 밀턴 프리드먼(훗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 "이건 경제학 논문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했대요. 하지만 마코위츠는 이 논문으로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탄생이었죠.


분산투자의 핵심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섞어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반반 샀다고 해볼게요. 둘 다 반도체 회사죠. 반도체 불황이 오면? 둘 다 같이 떨어져요. 바구니를 두 개로 나눴지만, 같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거예요. 이건 진짜 분산이 아니에요.

진짜 분산투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거예요.

4화에서 채권의 역할을 배웠죠? 주식이 떨어질 때 채권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요. 6화에서 배운 금도 마찬가지예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식은 폭락했지만 금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어요.

이런 자산들을 섞으면, 한쪽이 무너져도 다른 쪽이 받쳐줘요. 마코위츠가 증명한 건 바로 이거예요.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을 섞으면, 전체 위험이 개별 자산의 위험보다 작아진다."


자산배분, 어떤 바구니에 얼마씩?

자산배분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눠요.

1️⃣ 자산 종류별 분산. 주식, 채권, 금, 부동산(리츠) 등 성격이 다른 자산에 나누는 거예요. 이게 가장 중요해요. 연구에 따르면, 투자 수익의 90% 이상이 개별 종목 선택이 아니라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요.

2️⃣ 지역별 분산. 한국 주식만 사는 게 아니라, 미국, 유럽, 신흥국에도 나누는 거예요. 한국 경제가 어려워도 미국은 괜찮을 수 있고, 반대일 수도 있죠.

3️⃣ 시간별 분산. 한 번에 몰아서 사는 게 아니라, 매달 일정 금액씩 나눠서 사는 거예요. 비싸게 살 때도 있고 싸게 살 때도 있으니, 평균 매입 단가가 자연스럽게 낮아져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배분

자산배분에는 유명한 경험 법칙이 있어요.

"채권 비중 = 내 나이"

30살이면 채권 30%, 주식 70%. 50살이면 채권 50%, 주식 50%.

젊을 때는 시간이 많아요. 8화에서 봤듯이 15년 이상 투자하면 손실 확률이 0%에 가까워지죠. 폭락이 와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니까,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어요.

은퇴가 가까워지면 반대예요. 폭락이 오면 회복을 기다릴 여유가 없죠. 그래서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높이는 거예요. 4화에서 배운 채권의 "수비수" 역할이 여기서 빛을 발해요.

물론 절대 법칙은 아니에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다"는 원칙은 기억해 둘 만해요.


리밸런싱, 비율을 다시 맞추는 것

주식 60%, 채권 40%로 시작했는데, 주식이 크게 올라서 비율이 75:25가 됐어요. 원래 계획보다 위험이 커진 상태죠.

리밸런싱은 주식을 일부 팔고 채권을 사서 다시 60:40으로 맞추는 거예요.

"주식이 잘 오르는데 왜 팔아?"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행위가 결과적으로 "비싸진 걸 팔고, 싸진 걸 사는 것"이에요. 7화에서 배운 버블의 교훈 "군중을 따르지 않는 것" 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거죠.


이번 화 정리

  • 분산투자의 핵심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을 섞는 것"이에요
  • 자산배분이 수익의 90% 이상을 결정해요. 개별 종목 선택보다 중요해요
  • 자산 종류별, 지역별, 시간별로 분산해요
  •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원칙이에요
  • 리밸런싱으로 원래 비율을 유지하면, "비싸면 팔고 싸면 사는" 효과가 생겨요

다음 화에서는 이 모든 원칙을 알아도 투자에서 실패하게 만드는 것들,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들을 다뤄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