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금리 9화 : 대출의 구조 - 빌리는 건 같아도, 갚는 방법은 다르다
8화까지 기준금리가 어떻게 내 예금과 대출 금리까지 흘러오는지 알아봤어요.
이번 화부터는 드디어 대출 이야기예요. 사실 대출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도, 막상 은행에 가면 용어에 눌려서 제대로 따지지 못하는 분야예요.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으면 이런 질문을 받게 돼요
"상환 방식은 원리금균등으로 하실 건가요, 원금균등으로 하실 건가요?"
처음 듣는 사람은 여기서 멈춰요. 뭐가 다른 건지, 뭐가 유리한 건지 모르니까요. 이번 화에서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대출을 갚는 방식들을 알아볼 거예요.
대출이란 무엇인가
대출은 단순해요. 돈을 빌리고, 이자를 붙여서 갚는 것. 이게 전부예요.
4화에서 은행은 예금으로 돈을 모아서 대출로 빌려주고, 그 차이(예대마진)로 돈을 번다고 했죠? 대출은 그 구조의 반대편이에요.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는 거예요.
그런데 같은 금액을 같은 금리로 빌려도, 어떻게 갚느냐에 따라 내가 내는 총 이자가 크게 달라져요. 그래서 상환 방식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대출을 갚는 네 가지 방법
대출 상환 방식은 크게 네 가지예요.
1️⃣ 만기일시상환 2️⃣ 원금균등상환 3️⃣ 원리금균등상환 4️⃣ 체증식상환
이름이 어렵지만, 하나씩 풀어보면 어렵지 않아요. 1억 원을 연 5% 금리로 10년간 빌렸다고 가정하고, 하나씩 비교해볼게요.
1️⃣ 만기일시상환 - 이자만 내다가 마지막에 한 방
가장 단순한 방식이에요. 대출 기간 동안에는 이자만 내고,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예요.
1억 원을 연 5%로 빌렸으면, 매달 약 42만 원의 이자만 내요. 10년 동안 쭉이요. 그리고 10년 뒤에 1억 원을 한 번에 갚아요.
매달 내는 돈은 가장 적어요. 하지만 원금이 전혀 줄어들지 않으니까, 10년 동안 내는 총 이자가 가장 많아요. 약 5,000만 원이에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1억 원이라는 목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해요.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 생겨요.
정리 : 매달 부담 가장 적음, 총 이자 가장 많음, 만기에 목돈 필요
2️⃣ 원금균등상환 - 원금을 똑같이 나눠 갚기
원금을 대출 기간으로 똑같이 나눠서 매달 갚는 방식이에요. 이자는 남아 있는 원금에 대해 매달 계산돼요.
1억 원을 10년(120개월)으로 나누면, 매달 갚는 원금은 약 83만 원이에요. 여기에 남은 원금에 대한 이자가 더해져요.
첫 달에는 원금 83만 원 + 이자 42만 원 = 약 125만 원을 내요. 꽤 많죠.
하지만 원금을 갚아나갈수록 남은 원금이 줄어드니까, 이자도 줄어요. 마지막 달에는 원금 83만 원 + 이자 약 3,500원 = 약 83만 원만 내면 돼요.
처음에 많이 내고, 점점 줄어드는 구조예요. 총 이자는 약 2,520만 원으로, 네 가지 방식 중 가장 적어요.
정리 : 초반 부담 가장 큼, 총 이자 가장 적음, 갈수록 부담 줄어듦
3️⃣ 원리금균등상환 - 매달 같은 금액 갚기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원리금)을 매달 똑같이 내는 방식이에요.
1억 원을 연 5%, 10년으로 빌리면, 매달 약 106만 원씩 내요. 첫 달도 106만 원, 마지막 달도 106만 원. 120개월 동안 쭉 같은 금액이에요.
"그러면 원금과 이자 비율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매달 106만 원을 내는 건 같지만, 그 안의 구성은 달라요.
1회차: 원금 64만 원 + 이자 42만 원 = 106만 원 60회차(5년 차): 원금 82만 원 + 이자 24만 원 = 106만 원 120회차(마지막): 원금 105만 원 + 이자 1만 원 = 106만 원
처음에는 내는 돈의 거의 절반이 이자예요. "갚아도 갚아도 원금이 안 줄어드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비중이 줄고 원금 비중이 커져서, 후반에는 대부분이 원금 상환으로 가요.
총 이자는 약 2,750만 원으로, 원금균등상환보다는 많고 만기일시상환보다는 적어요.
정리: 매달 같은 금액, 자금 계획 세우기 쉬움, 총 이자는 중간
4️⃣ 체증식상환 - 처음엔 적게, 갈수록 많이
원리금균등상환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초반에는 적게 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갚는 금액이 점점 늘어나는 방식이에요.
왜 이런 방식이 있을까요? 소득이 앞으로 늘어날 사람을 위해서예요.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직장인은 지금은 월급이 적지만, 경력이 쌓이면 소득이 올라가잖아요. 지금 당장 많은 돈을 갚기는 어렵지만, 나중에는 감당할 수 있으니까 그 흐름에 맞춰서 갚는 거예요.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면, 첫 달에는 약 75만 원 정도만 내요. 원리금균등(106만 원)이나 원금균등(125만 원)보다 훨씬 적죠. 대신 마지막 달에는 약 138만 원까지 올라가요.
총 이자는 원리금균등상환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아요. 초반에 원금을 적게 갚으니까 이자가 더 붙는 구조예요.
주의할 점이 하나 있어요. 이 방식은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만약 소득이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후반부에 갚아야 할 금액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체증식은 아무 대출에나 적용되는 건 아니고,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같은 특정 상품에서만 선택할 수 있어요.
정리: 초반 부담 가장 적음(만기일시 제외), 갈수록 부담 늘어남, 소득 증가가 전제, 특정 상품에서만 가능
네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같은 1억 원, 연 5%, 10년 기준
1️⃣ 만기일시상환 — 매달 약 42만 원(이자만) → 만기에 1억 원 상환 → 총 이자 약 5,000만 원
2️⃣ 원금균등상환 — 매달 125만→83만 원(점점 감소) → 총 이자 약 2,520만 원
3️⃣ 원리금균등상환 — 매달 약 106만 원(일정) → 총 이자 약 2,750만 원
4️⃣ 체증식상환 — 매달 75만→138만 원(점점 증가) → 총 이자 약 2,800만 원
총 이자만 보면 원금균등상환이 가장 유리해요. 하지만 초반에 매달 125만 원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원리금균등상환은 이자를 약간 더 내는 대신, 매달 같은 금액이라 생활비 계획을 세우기 훨씬 쉬워요. 체증식은 지금 당장 여유가 없지만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자신이 있을 때 선택할 수 있어요.
결국 "어떤 방식이 정답이다"가 아니라, "내 상황에 맞는 방식이 뭐냐"가 중요해요.
거치 기간이란?
대출 상담에서 하나 더 나오는 말이 있어요. "거치 기간"이에요.
거치 기간이란, 대출을 받고 나서 일정 기간 동안 원금은 안 갚고 이자만 내는 기간이에요. 쉽게 말해, 본격적으로 갚기 전에 숨 돌릴 시간을 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거치 1년, 원리금균등상환 9년"이라고 하면, 처음 1년은 이자만 내고, 그 다음 9년 동안 원리금을 갚는 거예요.
거치 기간이 있으면 초반 부담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원금을 갚기 시작하는 시점이 늦어지니까 총 이자는 늘어나요. 거치 기간은 공짜가 아니에요. 시간을 사는 대신 이자를 더 내는 거예요.
이번 화 정리
- 대출 상환 방식은 크게 만기일시상환, 원금균등상환, 원리금균등상환, 체증식상환 네 가지
- 만기일시상환 :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 한꺼번에 상환. 매달 부담 적지만 총 이자 가장 많음
- 원금균등상환 : 원금을 매달 같은 금액으로 갚음. 총 이자 가장 적지만 초반 부담 큼
- 원리금균등상환 : 매달 같은 금액을 갚음. 자금 계획 세우기 쉽지만 총 이자는 원금균등보다 많음. 같은 금액 안에서 초반엔 이자 비중이 크고, 후반엔 원금 비중이 커짐
- 체증식상환 : 처음엔 적게, 갈수록 많이 갚음. 소득 증가가 전제되며 보금자리론 등 특정 상품에서만 가능
- 거치 기간 :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기간. 초반 부담 줄지만 총 이자 늘어남
- 정답은 없다. 내 소득, 지출, 목돈 계획에 맞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
다음 화에서는 대출에서 빠질 수 없는 질문,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뭘 골라야 하는지 알아볼 거예요. 8화에서 기준금리가 움직이는 걸 배웠죠? 그 움직임이 내 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