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 7화 : 전쟁이 금본위제를 무너뜨리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금본위제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하나로 연결했는지 살펴봤어요.
"이 돈을 가져가면 언제든 금으로 바꿔준다"는 약속. 이 약속이 40년간 세계를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했죠.
그런데 이 시스템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요. 바로 전쟁 때문이에요.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졌어요.
전쟁이 시작되자 각국 정부는 엄청난 문제에 직면했어요. 군인을 모집하고, 무기를 만들고, 식량을 조달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금본위제 아래에서는 돈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었어요. 보유한 금만큼만 돈을 발행할 수 있었으니까요. 전쟁 비용이 아무리 급해도, 금이 없으면 돈을 더 만들 수 없었죠.
각국 정부는 고민에 빠졌어요. "전쟁을 포기할까, 아니면 금본위제를 포기할까?"
답은 뻔했어요.
금본위제, 전쟁 앞에서 무너지다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하나둘씩 금본위제를 중단했어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모두 금 태환을 중지했어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전쟁 비용을 감당하려면 금 보유량과 상관없이 돈을 찍어내야 했거든요.
각국은 금과의 연결을 끊고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결과적으로, 전쟁 동안 유럽 국가들의 화폐 발행량은 전쟁 전의 몇 배로 늘어났어요.
금과의 연결이 끊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1918년, 전쟁이 끝났어요. 그런데 전쟁 중에 엄청나게 찍어낸 돈 때문에 물가가 치솟았어요.
특히 패전국 독일의 상황은 처참했어요.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을 갚기 위해 돈을 더 찍었고,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어요.
숫자로 보면 실감이 나요.
- 1921년 : 신문 한 부 = 0.3마르크
- 1922년 : 신문 한 부 = 70마르크
- 1923년 11월 : 신문 한 부 = 700억 마르크
2년 만에 가격이 2,000억 배 넘게 오른 거예요. 돈이 휴지보다 못한 세상이 된 거죠.
3화에서 원나라가 종이돈을 너무 많이 찍어서 가치가 폭락했던 거 기억나죠? 금과의 연결이 끊긴 종이돈은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이 또다시 반복된 거예요.
금환본위제 : 금본위제의 변형
독일의 참상을 본 세계 각국은 공포에 빠졌어요. 그래서 1920년대,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있었어요. 전쟁을 치르면서 유럽 국가들의 금 보유량은 크게 줄었고, 반대로 전쟁 물자를 팔았던 미국에 금이 잔뜩 쌓여 있었거든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금환본위제(Gold Exchange Standard)'예요.
모든 나라가 직접 금을 보유할 필요 없이, 달러나 파운드 같은 주요 통화를 보유하면 된다는 거예요. 달러와 파운드는 여전히 금으로 바꿀 수 있었으니까, 간접적으로 금에 연결되는 셈이었죠.
하지만 이 금환본위제는 불안정했어요. 각국의 경제 상황은 전쟁 전과 완전히 달라졌는데, 억지로 예전 시스템으로 돌아가려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불안정한 시스템은 1929년, 전 세계를 뒤흔든 또 다른 사건과 만나게 돼요.
이번 화 정리
-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각국은 전비 마련을 위해 금본위제를 중단했어요
- 금과의 연결이 끊긴 돈을 마구 찍으면서 독일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어요
- 세계는 금환본위제로 복귀를 시도했지만,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합니다.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금환본위제마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요.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